최근 스위스 국민투표에서 이러한 내용의 법이 의결됐다. ①정년을 마치고 퇴직하는 녀성의 년금 수령 시점을 1년 더 늦춤으로써 빠듯한 년금 재정 사정을 해결하고 ②남성의 법적 정년(65세)과 동일하게 만들어 형식적인 성 평등을 구현한다는 취지로 도입된 법이다.

지당한 내용인 것처럼 들리지만 비판이 거세다. 녀성의 소득과 년금은 남성보다 훨씬 적은데 이를 보정하지 않고 수령 시점만 미루는 것은 차별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이에 ‘대규모 녀성 파업’ 예고가 나오는 등 갈등이 커질 조짐이다.

녀성 35% 더 적게 받는데... “기계적 평등” 비판

스위스에서는 중요하거나 론쟁적인 사안을 투표에 부쳐 결정한다. 년금 개혁을 명분으로 추진된 해당 법은 지난 25일(현지시간) 국민투표를 거쳤다. 의견은 팽팽히 갈렸다. 찬성이 50.6%, 반대가 49.4%였다.

법은 ‘기계적 평등’에 매몰돼 있다는 비판을 샀다. 년금 수령 액수에서 녀성이 심한 차별에 로출돼 있다는 점을 간과했다는 점에서다. 스위스 경제부에 따르면 2020년 녀성의 평균 년금 수령액은 남성보다 34% 적었다. 녀성의 년금 수령액이 적은 건 성별, 고용 차별, 경력 단절 등으로 인해 임금을 덜 받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스위스 녀성은 남성보다 32% 더 적은 년금을 받았다. 이는 OECD 평균 성별 임금 격차(25%)를 뛰어넘는 수치다.

26일 스위스 수도 베른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성별 임금 격차부터 해소하라는 시위를 벌였다. 로동조합과 녀성단체들은 래년 6월 대규모 녀성 파업을 예고했다. 거친 대립은 어느 정도 예고된 일이다. 국민투표에 앞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남성 70%가 해당 법에 찬성했지만 녀성은 42%만 찬성했다.

/외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