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심리학]

자아 중독에서 벗어나자

나는 남들과 달리 특별하며 따라서 좋은 대접을 받을 ‘자격’이 있다고 하는자격의식과 공격성 사이에는 깊은 관계가 있다.

쉽게 말하면 그간 너무 우쭈쭈 받고 살아와서 현실감 없이 자기가 진짜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할 때 쉽게 무시당했다 느끼고 공격성을 표출한다. 내가 가진 특권이 특권인 게 아니라 진짜 내가 대단해서 누리는 것인 줄 알고 그런 내가 계속해서 많이 누리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관련해서 권력이 없는 사람이 쉽게 분노할 것 같지만 연구에 따르면 의외로 권력감이 클수록 조금이라도 손해보는 것 같으면 참지 못하고 분노하는 경향을 보인다. 권력감이 낮은 사람들은 실제 억울한 일이 발생해도 이게 다 내가 못난 탓이라며 남을 비난하기보다 자기 탓을 하고 입을 다무는 편이다.

인간은 환경과 권위, ‘자기 처지’에 꽤나 잘 순응하는 동물이어서 많이 가지면 그건 다 내가 잘난 탓이어서 당연한 결과라고 받아들이고 적게 가지면 적은대로 그건 내가 못나서 그렇다고 순응하는 편이다. 힘이 없는 경우 내가 분노해봤자 사람들은 관심이 없을 거라는 걸 알기 때문이기도 하다. 분노 표출도 내가 분노하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나를 다르게 대할 거라는 자신감이 있을 때 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지금 직장에서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도 스스로의 가치를 과대평가하는 사람들이다. 모르는 데 안다고 빡빡 우기고 아니라고 하면 “감히 나한테 아니라고 하냐”며 “한 수 가르쳐주겠다”고 부들거리는 사람이다.

너는 네가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례를 들어 네가 가진 것이 모두 너의 노력으로 인한 것도, 너에게 합당한 자격이 있는 것도 아니다. 모두에게 대접받아야 하는 것도 아니며 타인을 땔감으로 네 기를 펴려고 하면 안 된다. 네가 노력한다고 해서 모두가 알아주고 박수쳐줘야만 하는 것도 아니다. 지구가 너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도 당연히 아니다 같은 교육이 필요한 것이다.

반대로 자격의식이 넘치는 사람에게 너는 대단하고 멋지며 사랑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하는 일반적인 자존감 높이기 교육을 하면, 역시 내가 나쁜게 아니라 날 몰라주고 대접하지 않는 세상이 나쁘다며 되려 더 오만방자해지고 더 억울해하고 더 공격적이어 질 수 있다.

배고프면 밥을 먹으면 되지 배터지게 먹는다고 좋은 게 아닌 것처럼, 나를 존중하면 되지 나를 대단한 존재로 포장하고 뻥튀기함으로써 자존감을 높이려고 하는 방법은 건강한 자존감 추구법이 아니다. 건강한 자존감은 그 높이나 세기보다 건강한 추구법에서 온다는 것을 명심하자.

건강한 자존감을 위해서는 나를 더더 좋아하려고 애쓰기보다 반대로 나에 대한 관심을 줄여야 한다. ‘내가’ 뭘 어쨌고 사람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고, 저 사람이 ‘나에 대해’어떻게 생각할까 등등 모든 걸 나 필터로 해석하지 않을 것. 또 다른 사람들과 달리 ‘나는’ 특별해서 나는 절대 인생의 쓴 맛을 보아선 안 되고 항상 꽃길을 걸어야 한다는 자격의식적 사고방식을 버리는 게 더 중요할 때가 많다.

타인의 삶에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라면 내 삶에도 내리막이 존재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한다. 내가 실패할 가능성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자아 또한 현실감 없이 부풀려진 자아인 것이다.

인간만큼 자아 중독인 동물이 없다. 나 혼자서 자꾸 내가 좋거나 나쁘다고 생각해서 뭐하겠는가? 나를 포장하겠다는 욕심과 나에 대한 평가를 그만두고 어차피 힘든 인생을 살고 있는 나에게 친절한 행동을 하나 더 하는 게 훨씬 정신건강에 좋을 것이다.

/박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