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도시 (외1수)

김동진

투명한 도시에는

투명한 궁전이 즐비하고

투명한 궁전에는

투명한 등불이 화안하다

얼음의 도시는

얼음이 재산이다


투명한 도시에는

투명한 강물이 사품치고

투명한 강물에는

투명한 고기가 펄떡인다

얼음의 도시는

얼음이 보물이다


얼음왕자와 백설공주가

동방화촉을 밝히면

돌아가는 레코드가 부르는

‘모스크바의 교외의 밤’


-깊이 잠든 화원은 고요해

산들바람 속삭이네

아름다워라 내 맘 이끄는

황홀한 이 밤이여…


노래하는 얼음이 있고

춤을 추는 얼음이 있어

동방의 모스크바는

추위를 모르는 행복 속에

눈부시게 뜨겁더라


사랑은 추위를 타지 않습니다


동지섣달 칼바람에

박달이 튄다 해도

사랑은 추위를 타지 않습니다


삼라만상이 옷깃을 세우고

자라목이 된다 하여도

사랑의 온도는 식을 줄 모릅니다


사랑이란

땅 속에서 자는 듯이

봄을 찾아가는 생명의 씨앗이며

얼음벼랑 딛고 일어서는

파아란 바람이랍니다


제 아무리 추운 겨울이라 해도

사랑이 가는 길은 막지 못합니다

눈보라 울부짖는 광야를 꿰질러

뜨겁게 걸어가는 사랑의 가슴을

당신도 사랑의 눈으로 보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