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과후 숙제를 다하고 밥상에 앉아 밥을 먹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딱딱한 무엇인가 씹히면서 이가 아팠다. 혀로 살짝 아픈 이발을 밀어보았더니 흔드는거 같았다. 설겆이를 하고 있는 엄마에게 말하려다가 나혼자도 가능할거 같아서 살그머니 일어나 화장실에 들어갔다. 먼저 손을 깨끗이 씻고 이발을 흔들었다. 한참 흔들다가 빠질 수 있다고 생각할 때 나는 이발을 잡고 힘껏 당겼더니 드디어 빠졌다. 입에서는 피가 흘렀지만 스스로 이발을 뽑았다고 생각하니 으쓱해났다.
나는 빠진 이발을 깨끗이 씻어서 엄마한테 주었다. 엄마는 깜짝 놀라며 나보고 “너 혼자 뽑았어? 우리 작은 아들 다 컸네. 참 잘했어. 용감해!”라고 하며 엄지척을 내밀었다. 그러면서 “휴~아빠가 곁에 있었으면” 라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 엄마도 한국간 아빠가 떠올려지는 순간이였나보다. 저녁이 되여 잠을 청하려 자리에 누웠지만 이발이 빠진 그 자리가 매우 아팠다. 하지만 아픈 것도 잠시, 거울을 보며 입안에 생긴 동그란 빈자리를 보니까 이발을 홀로 뺄 수 있어서 엄마의 “용감해”라고 하는 칭찬에 기쁨대신 ‘아빠가 곁에 있었음 내 이발을 빼주었을텐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서글퍼졌다.
내 마음에도 아빠의 동그란 자리가 비여있는 것 같았다. 언제쯤이면 한국에 가신 아빠가 돌아오실가?
우리 가족을 위해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시며 나랑 형님이 공부를 잘하면 그 어떤 고생도 두렵지 않다고 하시던 아빠의 모습이 또렷이 떠올랐다. 새 이발이 자라서 빠진 자리가 메워질때면 아빠도 돌아와 우리가족의 빈자리가 메워지겠지. 그날을 기대하며 나는 눈을 꼬~옥 감았다.
아빠에 대한 그리움이 동그랗게 솟아올라 빈자리를 메우고 있었다.
아빠, 보고싶어요!
/지도교원 김영희